대문




























!백합중심!




나홀로 덕질중인 에고임다

보잘것 없는 블로그에 들러주셔서 정말 감사드림다!

러브라이브! 중심으로 돌아갈 계획임다!!!

간간히 케이온, 타마코 마켓 등 다른 신작 애니들 글도 올라올거 같슴미다! 아마도..?

럽라는 그중에 에리우미 니코마키 위주가 될것같아요 헤헤..

사실 모든 커플&리버스 수용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부탁 드려요^_<


닉 바꿨어요(14.05)


아홉소녀가 참 사랑스럽져 헤헤 사랑해 뮤즈

.


블베치케

요새 과자들이 그렇게 흥한다져 나도 좋아함.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3vyZA



블랙베리는 생각했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이 여자는 누구인가. 오늘 온다던 귀한 손님이 이 사람일까.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노란 머리의 여자는 곧 미소를 짓고 소녀 곁을 지나 걸어갔다. 복도에 두 사람의 발소리가 울린다. 얼른 종종걸음으로 그녀를 따라가자 흘긋 쳐다본 여자가 손을 내민다. 블랙베리는 고개를 젓고 그녀를 뒤따라갔다. 갑자기 멈춘탓에 그대로 등에 얼굴을 박아 찡 하고 울려오는 코를 쥐었다. 뒤를 돌아본 여자가 머리를 토닥여주고 방문을 열었다.





"앞으로는 네가 와. 바빠 죽겠는데.."



"오 치즈!"



"그렇게 부르지 마 철부지야 "



"너야말로 날 탐험가님이라고 부르라고"



"철부지를 철부지라 부르는 게 잘못됐니?"





블랙베리는 그녀의 뒤를 따르다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 이리와. 주인의 손짓에 블랙베리는 강아지마냥 달려가 그의 곁에 섰다. 그 애야? 그녀의 물음에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해 저쪽은 치즈케이크"



"그래 치즈케이크."



"블랙베리라고 합니다."



"그래. 예쁘게 생겼어."



"아무튼, 이번에 길게 떠날 거라서."



"얼마정도?"



"연단위로 생각하고 있어"



"오래 걸리면 진짜 죽을 줄 알아"



"부탁할게, 그럼 실례. 잘 지내고 있어. 블랙베리."





여자와 소녀의 사이로 걸어 나간 남자의 등을 바라보다가 여자는 다시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별 말 없이 내민 손을 맞잡은 소녀는 여자가 이끄는 데로 걸어갈 뿐 이었다.





"무섭니?"



"아뇨."



"아무 얘기 못들은 것 같은데?"



"네."



"그렇구나, 나 같았으면 울고불고 난리를 쳤을 텐데. 기특한 아이네."





블랙베리는 여자가 강해보이는 겉과 달리 여린 속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머릿속에 새기고 마차의 작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 아래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는 그곳은, 아마도 치즈가문의 영토겠지. 언젠가 소녀의 주인이 치즈가는 굉장한 부자라고 말해주었던 것을 떠올리며 곁에 앉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마차 안에서도 곁에 서류를 쌓아놓고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휙휙 넘기는 그녀에게선 알 수 없는 향기가 났다.





"신기해?"



"네?"



"신기하냐고. 네가 모시던 인간은 일 같은 거 안했을 거 아냐."



차마 말로는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 블랙베리는 주인을 조금 부끄러워하며 그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난 걔보다 바빠. 훨씬. 그러니까 많이 도와줘."



그녀의 많이 도와달라는 말의 의미를 소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유능했다. 지적이고, 장사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며,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사람 마냥 시장의 흐름을 콕 집어내어 투자하곤 했다. 물론 그 결과는 대성공. 그렇다고 일벌레인 것만은 아니었다. 여자는 파티를 자주 열고 사람들과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사랑했다. 대인관계 그리고 일 어느 것도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그녀를 바라보며 소녀는 가끔 감탄을 하곤 했다. 하지만 마녀가 그녀에게 모든 걸 주지 않은 것 같다고, 블랙베리는 생각했다. 메이드가 기본으로 해야 할 일을 배우고 나서 밤엔 꼭 그녀의 곁에서 자야 한다는 말에 소녀는 넋을 잃고 다시 물어보았었다. 그러자 다시 묻지 말라며 소녀는 상사에게 혼이 났고 기가 죽은 채 돌아와 여자의 곁에 앉아 묵묵히 그녀의 일을 도울 뿐이었다. 밤마다 그녀의 침대에 함께 들어가는 건 한참이 지난 지금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쉴 새 없이 일하는 도중에 찾아오는 달콤한 휴식시간에 소녀는 작게 한숨을 쉬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녀의 곁에 있어야 하는 만큼 해야 할 일도 많았고 밉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작은 소녀의 노력은 곧 피로로 이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에게 다가간 여자는 앞에 앉아 소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많이 피곤하니?”



“아니요”



“너 정말 무뚝뚝하구나.”





입을 비죽이며 코트를 챙긴 여자는 블랙베리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지금부터 출장이야. 출장이라니. 소녀는 그녀를 올려다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가 오고 나서 출장은 처음인가? 그래, 안간지 몇 달 됐지. 아, 거창하게 부를 것도 없어. 그냥 사교활동이야. 어른들의 사정이 관련된 복잡한 거란다.”





묻지도 않았는데 조잘조잘 이야기 하며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치즈가의 복도에는 수많은 사진이 걸려있었다. 자세히 찾아보면 그녀의 사진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블랙베리는 생각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그녀는 그들의 사진을 찍는 걸 아주 좋아했다. 자신의 사진만 빼고. 언젠가, 왜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여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진 속에, 혼자 있는 게 싫어’



‘다른 사람과 함께 찍으면 되지 않습니까.’



‘같이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 말이야.’





그녀에게 ‘사진을 찍는다.’라는 의미는 자신과 다른 것 같다고,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차는 곧은길을 따라 달려가고 해는 막 지기 시작한 참이었다. 창문에 기대어 잠든 여자를 바라보며 블랙베리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머리칼은 빛을 받아 붉은색으로 보이고 있었다.



블랙베리는 머리끝을 만지작거리다 손을 거두고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우람한 숲을 바라보며 소녀는 자신의 주인을 생각했다. 주인이 들려주던 숲의 이야기는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였다. 소녀가 언젠가 저곳에 꼭 가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치즈가에서의 생활이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나을 정도였다. 여자는 소녀를 아껴주었고 뭐든지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으며 소녀를 다그치는 누군가가 있으면 나서서 보호해주었다. 소녀는 창 밖, 저 멀리 보이는 숲을 바라보았다. 그때 옆에서 기척이 들려와 고개를 돌리자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소녀는 살짝 뒤로 물러나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가고 싶니?”



“어딜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기”





그녀가 손을 뻗어 가리킨 곳은 방금까지 소녀가 보고 있던 숲이었다. 멈춘 마차의 문을 마부가 열어줄 때 까지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여자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을 뒤로 뺀 여자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나서야 소녀는, 항상 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이 넓은 연회장이었다. 여자도 꽤나 놀란 듯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서둘러 들어갔다. 맞잡은 손에 힘을 준 그녀가 아는 얼굴을 발견했는지 잰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오 치즈 케이크양!

자네는 날이 갈수록 아름다워지는군!”



“과찬이십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나야말로 고맙소, 즐기다 가시오.”





몸을 돌려 인파를 해치고 나온 여자와 소녀는 손을 꼭 맞잡은 채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하인들에게 샴페인을 받은 여자는 하나는 소녀에게 주고 자신의 것은 단숨에 들이켜 버렸다.





"알코올이 들어가야 할만하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에게 얼른 마시라고 부추기던 여자는 잠시 여기에 있으라고 말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블랙베리는 손에 든 샴페인을 홀짝이며 연회장 안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들. 누군가는 재산에 대해 누군가는 사람에 대해 누군가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지만 그 누군가들의 하인들은 입도 뻥끗하지 않은 채 그들 곁에 서있을 뿐 이었다.





소녀는 자신이 저들에 비해 좀 더 나은 환경이 아닐까, 하고 시작한 생각의 고리들을 늘어놓으며 지나가던 사람에게 샴페인을 받았다. 계속 마시고 또 마시고. 소녀의 시야가 조금 흐릿하게 보일 즈음 누군가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 이름이 뭐니?"



"..."



"입이 무거운 아가씨네.. 나랑 저쪽에 가지 않을래?"





남자가 소녀가 잘 보이도록 몸을 숙여 가르킨 곳은 알 수 없는 방이었다. 굳게 닫힌 방.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분위기에 소녀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 이었다. 남자가 어께에 손을 올리려던 찰나에 등뒤에서 나타난 여자가 그의 손을 낚아채고 조용히 속삭였다.





"얘 건들기만 해봐. 죽여버릴테니까"





남자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사라졌고 여자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소녀의 손을 잡고 회장을 빠져나왔다.





"그냥 가도 되는건가요"



"저기서 노닥거릴 기분 아니야."





굳은 얼굴로 마차에 올라탄 그녀를 바라보며 소녀는 머뭇거리며 따라 탔다. 이마를 짚고있던 여자가 한숨을 쉬고 소녀에게 말했다.





"미안해 두고가는 게 아니었는데."





소녀는 놀란듯 도리질을 하고는 여자의 옆에 붙어 앉았다. 왜그래? 그녀의 물음에 소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사과를 받는게 처음이라서요. 처음 만났던 그 날 처럼 멀뚱히 쳐다보던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되겠다. 계속 옆에 두고 싶었는데. 알 수 없는 말에 소녀는 되물었지만 여자는 웃어 줄 뿐이었다.





창 밖에선 달이 그들을 쫓고 있었고 소녀는 그런 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깨었을 때는 여자의 침대 안 이었다. 부드러운 이불에 몸을 파묻고 다시 눈을 감으려는 때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내일 갔다 올거예요."



"아가씨 다시 생각해보시는 건.."



"아뇨. 모든 일은 예정대로 합니다. 번복은 없어요."



"예.. 알겠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비서임이 틀림 없다. 내일 어디로 출발한다는 것일까. 날 두고 가는걸까? 그녀가 떠나면 언제쯤 돌아올까? 기다리는건 내 특기니까. 따위의 생각을 하던 블랙베리는 조용하게 잠이 들었다.





"일어나 베리"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애칭에 눈을 뜬 소녀는 따뜻한 손이 볼에 닿아오는 걸 느꼈다. 얼른 준비해. 그 말에 서둘러 일어나 그녀가 주는 옷을 입고 따라나갔다. 평소의 기품있는 복장과는 다르게 여자의 옷은 짧은 스커트였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 부끄러운지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인다. 소녀와 여자는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저택을 나섰다.





"어디로 가는겁니까?"



"정글로 갈거야"



"어째서?"



"내 보물이 정글을 눈에 담아오고 싶다고 해서."





카메라를 흔들어 보였지만 그 보물이라는 것이 자신을 뜻하는 것이라는 걸 소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말없이 여자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길은 험했고 순식간에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밤이되기 직전 숲 앞에 도착한 그녀들은 말없이 키가 큰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힘드냐고 물어오는 여자에게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소녀는 의외로 그녀가 오래 버티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탄했다. 운동이라곤 하나도 못하게 생겼는데.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앞이 보이지 않게 될 즈음 여자는 좋은 터를 잡고 앉았다. 소녀는 멍하니 바라보다 그 옆에 앉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예쁘지 않니?"



"아름다워요."



"어렸을때 자주 왔던 곳이야."



"의외네요. 집에만 계셨을 것 같은데."



"탐험가 집안의 철부지 도련님이랑 소꿉친구니까, 그 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까 어렸을때는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어. 이미 정글까지 다녀왔는걸."





얼굴 가득 미소를 담고 손을 뻗어 하늘을 가르킨 여자는 별자리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저건, 쿠키박스자리고 그 옆엔 마녀자리야. 모든 쿠키들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그 마녀.





"너네 도련님이 자주 이야기 해주지 않았니?"



"별이 잘 보이는 밤에, 테라스에서 설명 해주셨어요."



"걔한테 내가 알려준거야."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소녀는 종알거리며 설명을 이어나가는 여자의 말을 듣다 그녀의 어깨에 기대었다. 어느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침실 천장은, 아름다운 별자리가 수놓아져있는 밤하늘 지도였으니까. 서재에도 책건너 책이 전부 천문학에 관련된 책이었다. 천문학 책이 아닌 책이라면, 전부 경영과 경제에 관련된 책이었지만. 소녀는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던 자신의 주인을 떠올렸다. 친구중에 별에대해 아주 잘 아는 녀석이 있다고. 소녀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예전에 자주 놀러온 적이 있다며. 아무리 기억을 되새겨봐도 떠올릴 수 없어 주인을 바라보자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네가 너무 어렸을때라 기억 못하는거야. 소녀는 어릴때의 여자를 떠올리려다 포기하고 여자의 치맛자락을 매만졌다. 뻗고있던 손을 거둔 그녀는 소녀의 손을 쥐고 다른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너네 도련님, 곧 있으면 돌아올거야. 짧으면 3일정도 길면 일주일정도 걸린댔어."





블랙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을 보고있는 채로 여자는 다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걔 오면, 너 다시 가야되잖아. 네가 자꾸 숲을 보길래, 가고싶은건가 하고.. 그래서 온거야. 그 사고뭉치녀석이 숲 이야기를 안 했을리가 없으니까. 그 얘기를 들었으면 분명 오고싶어했겠지 하고."



"..."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우리 자주 볼 수 있겠지? "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집사가 보내주지 않아도 괜찮지 않겠냐고, 그렇게 말했어. 그래도 넌 그 애만 주인으로 섬길테니까."



"그건 변하지 않아요."



"그래. 그래서 그럴 필요 없다고 했어. 많이 컸네. 정말. 어렸을 때는 그렇게 쫓아다니더니 이젠 기억도 못하고 말이야."





소녀는 어젯밤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게 이 이야기였구나. 그리고 탐험가집안이 아닌, 치즈가문의 메이드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다.





"사진, 찍어도 되나요?"



"사진?"



"네. 사진."





여자는 어리둥절하다는 얼굴로 카메라를 내밀었고, 소녀는 받아들어 밤하늘을 필름에 새겼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소녀는 카메라를 품에 안고 말했다.





"다음엔, 저랑 같이 찍어요."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요."





여자는 미소 지으며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소녀는 그녀에게 사진의 의미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려 달빛 아래 빛나는 여자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에리우미





영원할 줄 알았던 우리들의 그 시간은 이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언제나 이렇게, 함께 웃고 울고 의지하며 견뎌왔던 추억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러브라이브가 끝났음에도 연습을 계속 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 모두 그만두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이겠지. 끝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연습 시작에 외치는 러브라이브 우승을 위해! 라는 구호도, 더는 없다. 날이 갈수록 공기가 차가워진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끝을 맞이할 준비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흘러간 시간을 붙잡고 늘어지기만 할 뿐. 뮤즈로서의 그리고 오토노키자카학원의 학생으로서의 시간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끼며 눈을 감았다. 비어있는 학생회 실의 책상을 쓸어보았다. 연말이라 그런지 새하얗게 묻어나오는 먼지를 보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자주 오지 않았구나. 호노카. 중얼거리고 의자를 끌어내 앉았다. 이제 새 학기가 올때까지 이 곳은 텅 비어있겠지.

끝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모든 것은 끝이 날 것이다. 영원히 봄이 오지 않길 바라는 건, 역시 무리겠지. 의자에 몸을 푹 기대고 눈을 감았다. 마음을 전하지도 못한 채 끝나 버리겠지. 덩그러니 놓여있는 펜을 쥐고 의자를 빙글 돌려 화이트보드에 글자를 써내려 갔다. 

「보고 싶어.」

누가? 누가 보고싶은 거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을 애써 무시하고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활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 이렇게 멀쩡해. 졸업 따위 아무렇지도 않다고. 모두와 헤어져도, 헤어지는 게 아니니까. 조금 만나기 힘들지 몰라도 우리 사이는 변하지 않아. 우리 사이는, 변하지 않아. 변하지 않는 사이는, 좋은 걸까? 적어도 너와는 변한 사이가 되고 싶은데. 언제나 솔직하지 못한 마음은 생각일 뿐이라도 잘못된 것 마냥 구겨진다. 작아지고 또 작아져서 마음속 깊숙이, 아무도 보지 않을 곳으로 밀어 넣어져 버려서. 당당히 네 앞에 서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울컥 솟아오르는 용기는 금방 사그라들고 만다. 겁쟁이는 언제나 여기까지. 더 나아갈 기분이 아니라고 합리화 시키고 원 안에서 웃으며 춤추는 너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선 밖에서, 감히 발을 디딜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그렇게. 
잔뜩 늘어놓았던 미소를 거둬들이고 다시 펜을 잡았다.

「만약 인생에서 남은날이 단 하루라면, 나는 너랑」

마지막 글자를 꾹꾹 눌러쓰며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이 치솟아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나는, 너랑 같이 있을거야. 내일이 오지않는다는 이유로 비겁하게 내 마음을 전하겠지.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한 어설픈 변명이라는 것 쯤은 알고있었다. 이
런 생각이 얼마나 비겁한지도. 말 할 용기가 없어, 그저 생각으로만. 변하는 관계, 변하지 않는 관계. 나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온전한 너를? 아니면 선후배 사이인 너를? 펜 뚜껑을 닫고 턱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몸을 돌려 가방을 집어들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여기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 이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미.."

"뭐하고 계셨나요?"

"뭐야 놀랬잖아? 적어도 사람이 있다는 티는 내달라구. 언제부터 있었어?"

"제가 먼저 물었어요. 뭐하고 계셨어요?"

"뭐야, 왜그래? 그냥 여기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싶어서. 이년동안 신세졌으니까."

"거짓말"

서류가 떨어지는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온다. 뒤로 물러나지만 더이상 도망칠곳이 없어 손이 벽에 닿는다. 어께를 붙잡고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코가 맞닿고, 올곧은 시선을 어찌할 줄 몰라 눈을 감았다. 

"누가 보고싶어요?"

"우미 이러지마"

"누가 보고싶고 누구랑 마지막까지 함께 있고싶어요?"

"우미."

"왜 항상 솔직하지 않아요?"

"..."

"이제 곧 있으면 졸업이에요. 그때까지 아니 그 후로도, 얼마나 절 기다리게 할 심산이에요?"

"..."

"내일은 오지 않아요. '오늘'은 오늘 뿐이에요. 제발, 도망가지 말아요."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원 안에서 내민 손을 바라보며 겁쟁이는 머뭇거린다. 내가 들어가도 되나요? 물론이죠! 너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망설이는 모습에 너는 나를 붙잡고 원 안으로 끌어당긴다. 원 안의 세계는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흘러나왔다. 무어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이 턱 막힌듯 해 그저 팔을 뻗어 너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말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울컥 치솟는 단어들을 내뱉었다.

"우미, 사랑, 해"

"저도 사랑해요"

긴장이 풀렸는지 몸에 힘을 빼고 품 속 가득 나를 끌어안는다. 코에 어른거리는 너의 향기에 자꾸만 눈물이 나서 어께에 얼굴을 묻었다. 네가 있는 세계는 너를 닮아서 깨끗하고 아름답고 푸르구나. 네가 있는 세계가 아닌 우리가 있는 세계가 되어버렸지만 너는 개의치 않아하며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겁쟁이를 위해 웃어준 너에게 감사하며 손을 맞잡고 우리가 있는 세계에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시즈아코


시즈아코오오 뒤늦게 아치가 보다가 아코한테 덕통사고 당했읍니다^^ 아코쨩 다이스키!!!!!! 꺄아ㅏ아ㅏ아ㅏ앙아ㅏㅏㅏ아ㅏㅏ 이건 래팝 마감기념으로 쓴 글입니다 랴팝도 다이쓰끼




그래, 나는 어쩌면 도망친 게 아닐까.


이 마음을 가둬놓을 수 없어서, 하지만 차마 말 할 용기 또한 없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터무니없는 핑계로 너를, 그리고 나를 세뇌시켜 도망친 게 아닐까.쓴 웃음을 지으며 나를 위안했다. 별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그 아이를 찾는 너의 모습을 보고 있기에 나는 너무 여렸고, 그 아픔을 이길 정도로 강하지 못했으니까.

여느 때와 같은 풍경, 창 밖에서는 노을이 지고 있었고 잔잔한 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있었다. 신중한 얼굴로 패를 만지는 쿠로도, 오매불망 자리를 비운 하루에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아라타상도, 쌀쌀해지는 날씨에 바들바들 떨며 옷을 그러모으는 유우언니도, 모두 같았다.

다만 같지 않은 건 오직 한 사람 뿐 이었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와 공기, 그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평소와 다른 너. 멍한 건지, 뚱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들고 있던 마작패를 내려놓은 시즈는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도 늦었고, 오늘은 여기서 먼저 가볼게요.”

“시즈?”

모두가 놀란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아니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지만, 아이는 가방을 챙겨들고 유유히 부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쾅, 닫히고서야 시선을 주고받은 우리는 멋쩍게 웃었다. 시즈의, 말 그대로 멜랑꼴리한 상태는 며칠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건 쓸쓸한 미소 뿐. 어느 누구도 추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 아이는 그렇게나 외로워 보였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 마저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 작은 몸, 커다란 마음 안에 무엇을 감추고 있 길래 나마저. 서운한 것도 사실이었다. 아이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자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이래서는 가장 친한 친구, 라는 타이틀에서 탈락되는 것 아닐까. 쓴 웃음을 지으며 가방을 집어 들고 몸을 일으켰다.

“따라 가볼게”

“으응”

미안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모두를 뒤로한 채 문을 열고 복도로 발을 내딛었다. 저 멀리 걸어가는 시즈의 모습이 보인다. 기운 없이, 터벅터벅 딛는 걸음. 그래, 딱 이정도, 너와 나의 마음 속 거리. 닿으려 해도, 닿지 않는 아무리 달려도 가까워지지 않는. 가슴 속 응어리 진 것이 울컥 치솟아 머리를 울린다. 눈치 채길 바라는 것에 더는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저 이 마음이, 시간이 흘러 닳아 없어지길 바랄 뿐. 게다가 앞에 놓인 현실이 두려워 도망친 사람에게 알아준다, 는 특별 서비스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니까, 친구로 언제나 네 곁에서 평생을 이렇게. 다시금 다짐하고 속도를 올려 아이에게 달려갔다. 

“시즈!”

“아”

“뭘 그리 멍하니 있는거야.”

“미안, 그냥 생각이 많아서.”

“평소답지 않네”

“그런가? 잘 모르겠는 걸”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즈의 어께에 팔을 두르고 계단을 내려갔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채 그저 앞만 보고 걸을 뿐 이었다. 이대로, 언제나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네 곁에서 너의 온기를 느끼고 너의 행복해 하는 표정을 보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슬며시 눈을 감았다.

“시즈, 나 눈 감았어. 잘 데려가”

“에? 뭐야”

“히히~”

조심스럽게 허리를 감싸오는 손길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너무나도 상냥한 손길에 눈물이 흐를것만 같아 눈을 더욱 꼭 감았다. 아이가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도망치는 겁쟁이 였으니. 그 아이를 찾는 시즈는 어느때보다 생기가 넘치고 행복해 보였다. 어리고, 여렸던 나는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너는 다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코"

"응?"

"아코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ㅁ,뭐? 앗!"

갑작스런 물음에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자 허리를 다부지게 잡아온다. 한 계단 더 내려가 나의 감은 눈 위에 손을 올려 가린 시즈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나, 있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아"

억장이 무너진다는 건,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건가? 숨이 막혀와 호흡이 조금 거칠어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예상 할 수도 없었던 전개에 혼란이 찾아온 머리는 제기능을 상실했는지 객관적인 판단은 물론이거니와 평범한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버렸다.

"아코는 여성스러우니까 누굴 좋아해 본 경험, 있지 않을까 해서.."

"있어, 지금"

"정말?"

보이진 않지만 표정이 선명히 머릿속에 떠올랐다. 감은 눈을 비집고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무어라 해주어야 할까. 내가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는걸까. 

"응 있어. 궁금한게, 뭐야?"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것 같은데 뭐라고 해야 나도 좋아한다는 걸 알려줄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지 않을.."

"아코 울어?"

놀란 목소리로 물어오는 시즈에게 대답하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아, 저질러 버렸구나. 도리질 치며 아이의 손을 뿌리치고 주저앉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훌쩍였다. 고여 썩어가고 있던 물은 터져나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을 휘감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시즈를 봐야할까. 고개를 들어올릴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어.

"아코, 울지마"

"안울거든 바보야"

"나, 그사람이 필요했는데 내 곁에 없었어"

"으응"

노도카인가, 노도카인가 보구나. 이리저리 뻗어가던 생각의 가지 끝에는 온통 절망 뿐이었다. 당연했다. 그렇게나 티를 내는데 모를리가. 몸이 바들바들 떨려와 더욱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는데 나한테 다시 와줬어"

"..."

"고맙다는 인사는 어떻게 하는거야?"

"말, 그대로 하,으.."

뭘 물어보는 걸까 이아이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마주앉았겠지. 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눈물이 볼을타고 흘러내린다. 

"고마워 아코"

"뭐가?"

뜬금없이 뭐가 고맙다는 거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얼굴 가득 미소를 담고 손을 잡아온다.

"다시 나한테 와준거"

"아, 잠, 잠깐"

"피하지마. 아코 있지 나는 아코가 좋아. 너무너무 좋아!"

활짝 웃으며 손을 뻗어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시즈, 너는 도대체. 울려오는 머리와 고동치는 심장. 사리분별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지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방글방글 웃으며 가까이 다가와 이마를 맞댄다. 시원한 시즈의 이마에 내 열기가 옮는다.

"계속 곁에 있어줄거지?"

"정말이야? 정말로? 내가 좋은거야?"

"응 정말이야."

"나도.. 나도 좋아, 해 흐으.. 으.. 좋, 으.. 좋아해.."

"고마워"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시즈를 품안으로 끌어당겨 어께에 얼굴을 묻었다. 쌓여왔던 온갖 감정과 설움이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터져나온다. 울음소리가 점점 커짐에도 시즈는 아랑곳 않고 나를 더욱 끌어안았다.

"계속 같이 있겠다고 해줘. 어디 가지 않겠다고"

"응 계속, 계속 옆에 있을테니까..."

"고마워 아코"

더는 피하지 않아도, 도망치지 않아도, 참지 않아도 된다. 노도카에 대한 건, 앞으로 차차 풀려 나가겠지. 평생 닿지 않을 것 만 같던 사람이 이렇게 품 안에 있고 평생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도 이루어져버리니 갑자기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온전히 이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너와 함께. 더는 혼자가 아닌 이 시간을.


항상 지금 같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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